자작극본

해피AND... (1999)

ㅅㅈㅊ 2020. 9. 10. 23:58

S#1.공원벤치1 {겨울밤}

교복을 입은 호재 지연 (스탠드가 없는) 공원벤치에 앉아 있다.

호재 지연

(멀리 떨어져 앉아 서로를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호재

(어색하게 점점 지연에게 앉은 채로 다가가며 지연의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손을 잡고)

지연

(그런 호재 손을 꽉 잡는다)

호재

(지연의 손을 호호 하고 불어준다)

서로 다정하게 쳐다보는 눈빛에서

오프닝 음악이 흐르고...

 

S#2.공원{겨울밤}

넓은 공원 전경을 비추다가 카메라 멀리서 달려오는 호재를 잡는다

호재

(웃음을 띄며 달린다)

 

지연(E)

호재야 할 말이 있어 지금 그 공원으로 나와 줘.

 

S#3.공원벤치2{겨울밤}

호재

(지연에게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벤치 옆 스탠드를 붙잡으며 힘든 듯 헐떡이며)

내가 너무 늦었지……미안해.

 

지연

일단 앉아

 

<시간경과>

지연

(입술을 꾹 씹어 누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며 손에 낀 커플링을 건네며)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호재

(웃음 짓고 있는 표정에서 서서히 황당해 하며)

 

지연

안 받고 뭐해?

 

호재

(받았다가 웃으면서 다시 돌려주며 아직까지 장난이냐는 듯)

왜 그래? 내가 뭐 잘못 했어? 뭘 잘못했는지 (말해줘... 하려다가 지연의 눈치를 살피고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지연

(벤치에서 일어나 돌아서서 가려는데)

호재

(지연을 붙잡으며 웃음은 완전히 사라진 진지한 표정으로)

너... 왜 그래?

 

<잠깐 동안 침묵과 정적 잠시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하다>

지연

(돌아선 채로 손을 뿌리치며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다)

 

호재

(돌아서서 가는 지연을 바라보며 소리 지른다)

야~

(호재 계속 서서 바라만 보며...)

 

S#4.길거리{겨울밤}

호재

(거리를 걷다 인형가게를 보고 멈춰 선다)

 

S#5.인형가게 앞{겨울밤}

호재

가게 유리에 서서히 다가서며 곰 인형을 바라본다

한참 바라보다가 유리에 머리를 기대어 눈물 흘린다.

 

S#6.인형가게 안{겨울밤}

 

주인

(호재를 쳐다보며) 아이고...아이고... 저 화상 남자가 쪽팔리게 유리에 기대서 저게 뭐꼬?

알바생

(호들갑스럽게) 왜 그래요 뭔가 슬픔이 느껴지는 영혼이잖아요 오~멋있어

 

S#7.인형가게 앞{겨울밤}

호재

(콧물을 옷소매로 닦으며)

 

S#8.인형가게 안{겨울밤}

주인

아이고...아이고.. 드러버라

알바생

(화내며) 아저씨는 어릴 때 콧물 안 닦았어요?

주인

아니 근데 이건 왜 나한테 신경질이고?

알바생

(진지하게)

아저씬 누구 진정으로 사랑한 적 없죠?

아저씬 여기(명치를 가리키며) 아파본적 없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리고 턱 막힌 것 같은....

하긴 그러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지...

주인

(쭈뼛쭈뼛거리며)

아니....저...뭐... 그러니까

아이고 저 문디 자슥 이제 가네

 

S#9.길거리{겨울밤}

호재

인형 가게를 지나 다시 거리를 걷는다. (L.S)

 

S#10.호재의 집 거실 {겨울밤}

호재 모(E)

어디 갔다 온 거야?

호재

잠깐 친구 만나고 왔어요.

호재 모

(주방에서 손을 닦으면서 거실로 나오며 호재를 바라보고는)

근데 우리 아들 표정이 왜 그래?

호재

(엄마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여 방문을 열고 들어가며)

아니에요 좀 피곤한가 봐요

호재 모

(걱정스럽게 아들의 방을 바라본다)

 

S#11.호재의방 {겨울밤}

호재

(방에 들어와 방의 불을 켠다. 책상에 놓인 일기장을 바라본다)

호재

이게 다 무슨 소용이었니?

지연아.. 정말 이런 게... 이런 게.. 헤어지는 거 였니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설 거였으면서...

난 왜 나오라고 했니?

 

<일기장>(C.U)

 

(일기장을 열어본다)

한 장을 넘기자 둘의 스티커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활짝 웃는 둘의 사진(C.U)

호재의 볼에 키스하는 지연 사진(C.U)

한 장을 더 넘기면 처음 사귄 날의 일기

(읽으려다 덮어버리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호재(N)

(천정을 바라보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우리가 헤어진 건 맞는 건가? 혹시 이게 다 꿈인 건가?

 

 

S#12.지연의방 {겨울밤}

지연 모(E)

(지연의 방문을 계속 두드리며)

지연아. 문 좀 열어봐 무슨 일 있었니?

지연

(울먹이며 중얼거리듯) 엄마가 원하는 데로 됐어 이제 속 시원해?

(지연 곰 인형을 쳐다보고는 애써 참았던 눈물이 한순간에 복받치듯 올라와 서럽게 운다.)

 

 

오프닝 음악과 함께 타이틀 해피AND가뜬다

 

6달 후

 

S#13.호재의 방 {여름아침}

청소기 소리(E)

 

호재

(이불을 몸에 돌돌 감고 자고 있는 모습)

호재 모

(발로 툭툭 차며 청소기로 청소하는 모습)

야 호재야 이호재 일어나야지…….

어제 또 게임 하느라 밤 샜지? (청소기로 호재를 툭툭 치며)

이놈의 자식아 이사 가는 날은 그래도 제때 일어나야 할 거 아냐…….

호재

(잠결에 눈은 3분의1쯤 뜬 상태에서 부시시한 머리를 긁적이며 짜증나는 듯)

아니 우리가 유목민도 아니고 무슨 이사를 철마다 가요 그리고 이것 좀 치워봐요 (청소기를 손으로 툭툭 치며) 우리도 좀 한곳에 정착해요 쫌...

호재 모

자세한건 니 아버지한테 물어보고 어서 준비나 해…….

이삿짐 나르는데 이런 상태로 있을 건 아니지?

호재

(다시 이불을 몸에 돌돌 감고 누우며)

아직 이삿짐센터 사람들 안 왔잖아요. 쫌만 더 잘 꺼 예요

<호재 모 커튼을 걷어버리면 햇빛이 방안에 가득하다>

<특히 호재 얼굴 부분을 심하게 비추는 햇빛>

 

호재

(이불로 얼굴만 덮어 햇빛을 가린다)

이걸로 안 일어나지요 하하하

호재 모

그래, 그래 늦게 일어날 수 있으면 그래 봐라 (문을 닫고 나가면)

 

 

S#14.호재 방문 앞{여름아침}

<<카메라 방문만 찍고>>

호재(E)

아 뜨거워~~

<<옵션: 카메라 조금 흔들어 소리를 지른 듯 한 효과 표현>>

 

 

S#15. 화장실{여름아침}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

<이를 닦는 호재>

호재

(팔뚝을 찬물에 적시며) 참 잔인해

호재 모

그러니까 어차피 일어날 거 기분 좋게 일어나면 좋잖아 꼭 그렇게 해야 일어나니 너는....

호재

됐어요, 그냥 말을 안 하고 말지... 팔이 아예 익었어. 아주 그냥....

<대사 소리 점점 줄어들며 나레이션 점점 커진다.>

-이를 닦는 모습

 

S#16.호재 방{여름 낮}

-책과 컴퓨터를 상자에 넣으며

 

S#17.호재 집 거실{여름 낮}

-짐을 옮기는 모습

 

S#18.호재 집 밖{여름 낮}

-짐을 옮기는 모습

호재(N)

=>S#16~18 걸쳐서

나는 이별이 있고 난 뒤 난 또 집안의 연례행사인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제 난 다시 홀가분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S#19.용달차 뒤{여름 낮}

호재

(뒤에 홀로 컴퓨터만 끼고 앉아있는)

 

(호재N)

그렇게 나는 몇 달 동안 컴퓨터만 했다.

아마 그게 내가 지연 이와 헤어진 후 유일하게 한 일이였을 것이다.

결국 나를 제압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었고 내가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S#20.용달차 안{여름 낮}

호재 모

아 쟤는 뭔 컴퓨터를 저렇게 껴안고 있데

호재 부

게이머 한다잖아 게이머

호재 모

그게 무슨 직업이야?

밥이나 먹고 살게 기술이나 하나 배우라니까 지 애비하고 똑같아서 그냥...

노는 건 좋아해 가지구..

호재 부

뭐가 어쩌고 어째?

<갑자기 차 덜커덩거리고 호재모,부 몸이 기울어지며 놀란 표정>

 

S#21.도로{여름낮}

차주인 내리고 호재도 뒤에서 내리며

차주인

아~~ 이게 또 말썽이네.

(손으로 휘저으며)

어우 이게 웬 연기야.

호재 모

(차에서 내리며)

이게 뭔 일이래? 이러다가 차터지는 거 아니에요?

호재

(호재모를 쳐다보고 그건 아니라는 듯) 에이 솔직히 터지는 건 오바다~

호재 모

(노려보면)

호재

(애써 외면하며) 아이구 이거 연기가 심하네.....생각보다.....

차주인

이거 아무래도 연기가 이렇게 나는 걸로 봐선 오늘 안엔 못 옮기겠는데요.

(핸드폰을 열어 어딘가 전화를 하고)

여보세요.

어~ 용재냐?

야, 여기... (애드립~~)

호재(N)

(가만히 지켜보고서는)

몇 시간 깨지겠구먼.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부채질을 한다.)

 

S#22.아파트 전경{여름 낮}

 

S#23.지연의 집{여름 낮}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짐을 나르는 모습

지연

(이것저것 짐이 들어와서 도와주려고 하나 머뭇거리고)

지연 모

(이삿짐센터 사람들에게)

아... 그거는 조심히 다뤄주세요

 

S#24.아파트 앞{여름 약간 늦은 낮}

지연의 이삿짐 차가 떠나고 그 자리에 호재의 이삿짐 차가 들어온다,

 

S#25.호재의 집{여름밤}

(짐을 다 옮기고 자장면을 먹고 있다.)

호재

아버지 갑자기 왜 우리 집 놔두고 갑자기 이런 허름한 아파트로 온 거예요?

(표정 갑자기 굳으며 호들갑스럽게)

설마 우리 아예 망한 거예요?

(아버지 어머니를 번갈아 보며 자장면 먹는 것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진짜 망한 거예요?

호재 부

(호재의 머리를 때리며)

사내 녀석이 왜 이리 호들갑이야.

호재 모

니 아버지 회사 옮기는 게 취미잖니, 이번에 지방으로 가게 생겼어.

호재

그럼 짤린 거예요?

호재 부

(아까보다 더 세게 때린다)

(호재모를 쳐다보며)

더 좋은 조건이라 옮겼어 맨날 돈 없다고 보채는 게 누군데

호재

아~ 아파요, 그럼 지방으로 이사 가면 되는데 여기는 왜 있는 건데요?

호재 모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2달만 있으면 이사 가니까 참아.

호재

아니 그런 일이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돼요. 나 가족 맞아?

호재 모

(호재의 머리를 친다)

호재

(아버지를 쳐다보며) 아~·정말 아버지.

호재 부

이번엔 나 아니야.(손가락으로 호재모를 가리킨다)

호재

아~~ 어머니까지 이러시면 섭섭합니다.

호재 모

이 녀석이 얼마나 집에 관심이 없었으면 그런 것도 몰라

나가서 쓰레기나 버리고 와

 

S#26.아파트 계단{여름밤}

호재

그렇다고 쓰레기 버리고 오라는 건 또 뭐냐고?

(계단을 내려가며 계속 투덜댄다)

무슨 쓰레기를 이렇게 해 놨다냐. 좀 치우고 살지.

(호재 계단을 내려가고 카메라 3층에 멈춰있다)

302호 문이 열려있고 쓰레기가 너저분히 어지럽혀 있다

지연

(302호에서 쓰레기를 들고 나오며)

엄마 여기다가 그냥 내놓으면 돼?

 

S#27.지연의 방{여름밤}

<노크소리>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지연 모>

지연 모

지연아 쉬엄쉬엄해 몸도 많이 약하면서.

지연

엄만 내가 무슨 어린앤가.

지연 모

아직도 엄마 눈엔 우리 지연 이는 어린애야.

힘들면 또 빈혈 생기잖아.

지연

또 그 말이야. 이제 정말 괜찮다니까.

지연 모

오늘은 이쯤하고 자.

지연

알았어, 이것만 하고…….

(박스를 열면 나오는 일기장)

 

S#28.아파트 전경{여름 낮}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강조>>

 

S#29.호재의 방{여름 낮}

<문을 확 열고 들어오는 호재 모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오락하고 있는 호재>

호재 모

야 이놈아 일어났으면 이불이라도 좀 개야지 일어나자마자 오락이야?

<대꾸도 하지 않고 오락만 하는 호재>

<호재 모 콘센트를 뽑아버리고.>

호재

아~ 어머니 이러시면 안 되죠. 한참 이게…….

(호재 호재모를 쳐다보고는 쫄아서 풀죽은 목소리로) 잘…….

호재 모

일어났으면 이불이나 탈탈 털어서 개어 놔. 그리고 창문 좀 열어 놔 이게 무슨 이상한 냄새야. 홀아비 냄새...

 

 

S#30.지연의방{여름 낮}

지연

(창문을 활짝 연다)

<<카메라 보따리에 싸인 앨범 응시>>

지연

(앨범에서 나오는 먼지를 손으로 저으면서 창문 쪽으로 가져간다.)

아~ 먼지…….

(해를 쳐다보다가 이내 창밖으로 떨어지는 지연)

 

S#31.호재의 방{여름 낮}

<호재 열심히 게임을 하는 모습>

비명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쿵 소리가 들린다.

호재

(놀라며)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슬금슬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창문으로 걸어간다.)

<창문틀을 잡고 내려 본다.>

<호재 내려다보며 손을 뻗는다.>

어~

여자1

(호재를 쳐다보고 소리를 지른다)

호재

(여자1를 쳐다보며 아니라고 손을 휘젓는다<최대한 어리버리하게>)

 

S#32.호재의 집 거실{여름 낮}

호재

어머니~ 아버지~

(안방 문을 연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안방 문을 닫는다.)

아니 어디를 나가셨지?

(전화 수화기를 든다)

 

S#33.호재의 집{여름 낮}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호재

(문 열고 돌아서며)

어머니 어디 갔다 오시는 거예요 지금? 네?

(뒤돌아보면)

경찰1,2

(총을 들고 서있다)

호재

(손을 올리며)

어…….누구세요? 뭐예요? 신고는 내가 한 거예요

경찰1,2

너를 살인혐의로 체포한다.

너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호재

아니 지금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건데요? 난 아니에요 난 잘못한 거 없어요.

 

S#34.경찰서 강력3반{여름 낮}

경찰1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호재

(울먹거리며)

아니 어떻게 되다니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 이예요.

경찰1

(책상을 내리치며)

좋은 말 할 때 말해.

호재

아니 내가 왜 사람을 죽여요. 무슨 증거도 없이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요.

경찰1

목격자가 있어...목격자가... 어차피 진술할 거 빨리 끝내자 이름...

호재

아니 건너편 아파트 여자가 말했나. 본데.

나는 이상한 소리 나기에 내다본 죄밖에 없다니까요.

경찰1

아니 이게 증인까지 있는데 끝까지 오리발이네.

어린 녀석이 말이야. 잘못 했으면 잘못했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호재

전 아니라니까요.

경찰1

증인까지 있다니까 참 이 녀석 끈질기네…….

좋아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감면 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러니까 순순히 말해봐…….

호재

진짜 아니라니까요…….

경찰1

(때릴 듯이 손을 올리며)

아 진짜 이자식이.

경찰2

(호재 쪽으로 다가오면)

호재

(경찰2 옷을 붙잡고 뒤에 숨는다.)

호재

저 아저씨가 때리려고 해요.

경찰2

(호재의 머리를 때리며)

이거 놔 이 녀석아. 그리고 나가봐.

경찰1

(다급하게 소리치며) 아직 나가지마

아니 왜요? 저 녀석은 용의자라고요 용의자

경찰2

신고 한 게 저 학생이 맞더라고 여자 진술도 자세한 게 아니고

그 다친 여자 어머니 얘기도 들어보니까 아니더라고

맞지 학생?

 

호재

(담담하고도 낮은 목소리로) 저 학생 아닌데요.

 

S#35.경찰서 전경{여름초저녁}

호재

아 이게 뭐냐고 괜한 사람 끌어다 두고 아 여기는 어디야? 도대체…….

아니 그리고 학생 아니라니까 왜 때려 때리긴

지연 모

(뒤에서 호재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호재

(순간 움찔하더니 도망치려고 하는데)

지연 모

호재군

호재

(순간 멈추며 돌아보면)

지연 모

(부탁하는 사람치고는 건방지게) 같이 좀 가 줘야겠네. 지연이가 찾고 있네.

호재

(놀라며) 네?

 

S#36.병원{여름밤}

호재

아니 여긴 병원이잖아요……. 여긴 왜?

지연 모

(나무라듯) 아까 말했잖아. 지연이가 찾고 있다고…….

호재

(어리둥절해 하며 따라간다)

 

S#37.병원 휴게실{여름밤}

지연 모

지금 지연이 한텐 네 놈이 필요해

호재

갑자기 왜죠?

누구보다도 지연이와 제가 만나는 거 싫어 하셨잖아요.

거기다가 지연이가 절 찾을 이유도 없고요

 

S#38.병원복도{여름밤}

지연 모

(성의 없이) 여기가 지연이 병실이라네.…….

호재

(문을 열 듯 말 듯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지연 모

(중얼거리듯)

사내 녀석이 그냥 들어가라면 들어가지 뭔 잔말이 저렇게 많아...

 

S#39.병실{여름밤}

호재

문을 열고 들어서고 지연에게 다가서면

<지연 모(E)>

<호재가 지연에게 다가가는 동안>

지연이가 최근 기억을 잃어 네놈을 찾는 거야

내색하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가게

지연

(밝게 웃으며)

호재야 왔어?

나 다쳤다고 뛰어왔나 보네……. 니 땀나 많이…….

호재

(많이 상기된 표정)

어~~ 날이 좀 덥네..

(머뭇거리다가 지연의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지연

(이상한 듯 호재를 바라본다)

호재야.

호재

(깜짝 놀라며)

어 왜?

지연

뭘 그리 깜짝 놀라.

호재

(살짝 웃으며) 아니…….그냥…….

지연

아무튼 오늘 너 이상해.

호재

(지연의 손을 어루만져주며 눈물이 그렁그렁)

지연

(물끄러미 호재를 쳐다보며)

뭐야 내가 다쳤는데 그런 표정은......

호재

(애써 웃으며)

뭐 이렇게 웃고 있잖아 이정도 여서 다행이야 많이 아프지?

지연

응 지연이 다리 아파

호재

(다리를 어루만지며)

지연

암튼 너 오늘 이상해, 이상해

호재

그래 너 다쳤다고 해서 많이 놀래서 그런가봐

지연

너 낯설게 느껴지는 알아?

그럼 어때 내가 제일 사랑하는 호재가 아프다고 이렇게 와줬는데...

호재

어쩌다 다친 거야?

지연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지연이 졸려... 너 오는 거 보려고 안자고 있었어.

호재

그래 그럼 자 옆에 있을 테니까

지연

그래

<시간경과>

지연 잠들자 호재 병실 밖으로 나온다.

 

S#40.병원 복도{여름밤}

호재

(지연모를 쳐다보며)

저 다시는 안 올 겁니다.

지연 모

(약간 기분 나쁜 말투로)

지연이 에게는 말하지 않았나?

호재

모르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어차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요

(뒤돌아서서 가다가 돌아보며)

아... 참

지연이 지금 잠들었어요.

그리고 아까부터 지연이가 어머님 찾아요. 그럼…….

(목만 숙이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간다)

지연 모

(작은 목소리이나 다 들리는)

내가 왜 지 어머님이야 변변히 하는 일도 없이 지가 무슨 대단한 놈이라서 부른 줄 아나부지....

 

S#41.택시 안{여름밤}

호재

(창밖을 바라보고)

라디오 소리 나오면

 

진행자(E)

오랜만에 정말 옛 추억 가득담긴 엽서들을 다시 꺼내 봤는데 참 재밌는 게 많더라고요 여러분도 옛 추억이 담긴 앨범이나 일기장 같은 것을 다시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애인이나 친구가 무척이나 보고 싶은 밤 그럼 노래 듣겠습니다.

 

S#42.호재의 방{여름밤}

호재 모

호재야 잠깐 나와 봐라…….

호재

(힘없이 걸어서 나간다)

 

S#43.호재의 집 주방{여름밤}

호재(E)

왜요? 또 직장 구하라고요

(주방으로 들어와 상을 보고는)

나도 그러고 시.....

호재

(싶은데...를 말하려다 상위에 미역국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는)

오늘 누구 생일 이예요?

(식탁에 앉으면)

호재 부

(머리를 때리며)

아무리 멍청해도 지 생일도 모를까?

호재

오늘이 내 생일 이예요?

호재 모

얘가 게임만 하더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아요.

호재 부

그러게 말이야 얘가 누굴 닮았는지.

호재 모

당신 닮았지 누굴 닮아.

호재 부

이씨 집안은 대대로 공부 잘하는 집안 이었어 왜 그래

호재 모

으이구 내가 그 소리 왜 안하나 했네.…….

<이런 말이 오가는 도중 전화 온다.>

 

S#44.호재 집 거실{여름밤}

<아무도 받지 않자 호재 거실로 나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는다.>

호재

여보세요.

지연

여보세요. 호재니?

호재

내가 호재 맞는데 누구시죠?

지연

누구일 꺼 같아?

호재

글쎄요. 지금 상당히 바쁘니까 누군지 빨리 말하시죠.

지연

나 지연이야.

호재

(아무 말 없이 수화기만 들고 있다)

<침묵이 흐르다가>

지연

여보세요?

호재

(놀라며) 어..어 그...그래…….

지연

왜 그렇게 놀라…….

니 휴대폰 놓고 갔더라고 그래서 전화했지.

호재

그랬구나. 내가 나중에 찾으러 갈게.

지연

그냥 지금 오면 안 돼?

 

S#45.병원 입구{여름밤}

호재

오래 기다렸니?

지연

아니. 근데 왜 여기로 나오라고 한 거야?

호재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휠체어를 탄 지연을 뒤에서 끌어주는 호재>

 

S#46.병원 앞 공원{여름밤}

호재

(지연의 휠체어를 뒤에서 끌어주며)

지연아 만약에 말이야 우리 둘이 헤어진다면 말이야.

지연

(약간 토라진 말투로) 왜? 나랑 헤어지고 싶어?

호재

내가 만약이라고 했잖아 만약에 너랑 나랑 헤어졌는데

내가 약간 기억을 못하게 됐다고 쳐봐

근데 너는 나를 이제 사랑하지 않고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으면 넌 어떨 것 같아?

지연

무슨 질문이 그래?

너무 어렵다

글쎄 만약 그렇담 나는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귀어 버릴 것 같은데... 나도 물어 보자 넌 안 그럴 거야?

호재

만약 다시 기억이 돌아 왔을 때

“나 너가 싫어”

이런 말로 다시 지웠던 상처가 다시 솟아나면 어쩌지?

지연

음... 그럴 수도 있구나... 그래도 난 너 사랑할거야

호재

그래... 나라도 그럴 거야.....

(중얼거리듯)

하긴...그러는 게 맞겠지....

지연

뭔 말을 혼자 그렇게 중얼중얼 거리니...근데 그 얘기는 왜 하는 거 냐니깐?

호재

그냥...

지연

아무튼 너 정말 수상해 너 너무 달라서 너가 아닌 것 같아.

호재

얘가 다리 다치더니 별말 다 한다...

지연

앞으로 절대 내 앞에서 헤어지면 어쩌느니 그런 말 하면 나 정말 화낸다.

호재

(아무 말 없다)

지연

어쭈 아무 말 없다 이건데....

나 삐지면 오래 가는 거 알면서...

호재(N)

왠지 이러고 있으니까 더 마음이 아파 단지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애써 머리로 잊었지만 지금 가슴이 뛰는 건 어떡할 수가 없다.

 

S#47.병실{여름밤}

지연

(곤히 자고 있다)

호재

(꼭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일어서서 갈 채비를 한다)

지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뒤척이더니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갈려고? 가지 말고 나랑 있자.

호재

집에다 잠깐 나간다고 하고 나왔어

지연

가기 전에 나한테 한 가지만 대답해줘.

호재

뭔데?

지연

왜 니 휴대폰에 내번호가 없어?

호재

(순간 얼굴 표정이 굳으며)

<약간 침묵>

(망설이다가) 우리 헤어지자

(뒤돌아서서 나가려는 듯 문고리를 잡고 서서)

너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잘 안 맞아 우리 어차피 헤어질 운명이야...

지연

야~ 이호재... 그래서 아까...그 말....

호재

(지연의 눈을 쳐다보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정들어 나 지금 정 떼는 중이잖아. 울지 마, 우는 것도 보기 싫어.

(뒤돌아서서)

우리 깔끔하게 여기서 접자.

지연

나쁜 새끼...

(지연 꽃병을 던지고)

호재

(등에 맞아 흙이 묻은 상태로 돌아보지도 털지도 않고 그냥 병실에서 나간다)

 

S#48.병원 입구{여름밤}

호재(N)

(점점 걸음이 느려지며 병원입구를 빠져나온다)

잘 한 일이야 어차피 다시 지연이가 정신이 돌아오면 다시 나만 힘들어져 정신이 다 돌아오면 나한테 감사해 할 거야.

그래 잘 한일이야...

 

 

S#49.지연의 병실{여름밤}

지연 모

(곰 인형을 들고 오며)

이러니까 자꾸 내가 너한테 어린애라고 하는 거야 다 큰애가 밤에 곰 인형 없다고 잠을 못자

지연

(곰 인형을 꼭 껴안으며)

이렇게 꼭 껴안아야 잠이 오는 걸 어떡해

(N) 호재가 사준 곰 인형이란 말이야 오늘은 이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S#50.호재의 방{여름밤}

<휴대폰이 울린다.>

호재

여보세요.

지연

여보세요. 나 지연이야

호재

미안한데 나 잘 거 거든 끊을게

지연

(다급하게) 잠깐만 끊지 마 생일 축하해

호재

...

지연

미안 사실 엄마가 가르쳐줬어 내가 정신이 없어서

호재

그래 그럼 나 잘게

지연

호재야

호재

응?

지연

그냥 불렀어. 잘자라구.

호재

그래

호재(N)

(전화를 서서히 끊고 표정 계속 상기되어 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가슴속에 무언가가 내려앉은 듯 기분이 얹잖다

이런 기분…….

왜 더 딱 부러지게 말하지 못 한 걸까

아직도 내가 지연이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어쩌면 다시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이불을 얼굴까지 덮으며)

아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S#51.게임방 밖{여름 늦은 오후}

<플래카드: 제1회 전국 스타크 대회 마포구1차 예선>

 

S#52.게임방 안{여름 늦은 오후}

스타대회에 나간 호재와 민우

호재 ,민우

승승장구 하는 모습

서로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

<시간경과>

대진표를 바라보다가

호재 민우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호재

너랑 4강에서 만났네.

민우

만나지 않길 바랬었는데...

이번엔 내가 이기겠어.

호재

좋아 서로 열심히 해보자구

<경기진행과정을 보여주고 결국 호재가 이긴다.>

민우

(호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야~ 마지막이니까 이번엔지지 마라. 제발 내 몫까지 해서 이겨 임마

호재

내가 예전 실력 이였으면 이건 신청 하지도 않았어.

민우

글쎄 잘 모르겠는걸... 그때랑 달라진 건 솔직히 여자친구가 없다는 거 그거 하나 아냐? (순간 입을 막으며 작은 목소리로) 아, 이런

호재

(순간 얼굴이 굳는다)

<호재가 넋 놓고 있는 사이에 게임은 시작된다.>

민우

(호재를 툭치며) 야~ 호재야

호재

(놀라서 뒤를 보면)

민우

시작해야지…….

호재

(재빨리 돌아 앉아 게임에 열중한다)

 

S#53.포장마차{여름밤}

민우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하다.

호재

그래도 미안한건 아는구나.

민우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이 입이 방정이지...

호재

그르게 니 입이...왜 그런 데냐...

민우

(노려보면)

호재

(같이 노려보며)

잘했다는 거냐. 지금?

민우

(다시 고개 숙이며)

아니...그게...내말은... 그래 내가 잘못 했어 죽을죄를 졌어.

호재

(술을 원샷하며)

그래 어쩜 니 말이 맞을지도 몰라 여자친구 없는 거 빼고 똑같을지도 근데

민우야 나 어떡하냐? 아직 지연이 못 잊은 거 같아.

민우

(술을 마시려다가 멈추며)

뭐?

<시간경과>

호재

그래 지연이가 최근 기억을 잃어서 나를 찾았어.

민우

참 여러 가지 한다.

호재

그르게

민우

뭐야 그럼 내 탓 아니잖아.

호재

(노려보면)

민우

아니...꼭 내 탓 만은 아니라 이거지 아~ 무슨 말을 못해

호재

그래 내가 부족해서 진거지 뭐.

 

S#54.호재의 집{여름밤}

<초인종 울려서 문을 열면>

민우 호재를 부축하고 서있다.

민우 호재를 거실에 내동댕이친다.

호재 부

아니 이게 뭔 일이야.

호재 모

아니 그러게요 민우야 얘 왜 이러냐?

민우

(머리를 긁적이며)

그게요 또 게임에서 졌네요. 얘가.. 참.. 연습 좀 하라고 했더니..

호재 부

사내 녀석이 질수도 있지 술은... 근데 너는 멀쩡하다.

호재 모

그러게 너는 안마셨니?

민우

저 녀석이 워낙 마셔대서 마실 새가 없었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호재부,모

그래라. 더운데 수고 많이 했다.

민우

예 그럼 안녕히 계세요.

호재부,모

그래 그럼 잘 가라~~ 담에 또 놀러오고..

민우

아참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내며) 이거 호재 핸드폰이요

호재 모

(건네받고)

민우

(핸드폰을 건네주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인사를 하고 간다)

 

S#55.민우의 방{여름밤}

민우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침대에 눕는다.)

<이때 울리는 휴대폰>

 

민우

여보세요.

지연

그거 호재 핸드폰 아니에요?

민우

아닌데요.

지연

죄송합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민우

<전화 창을 보면 지연이라고 뜬다.>

여보세요.

지연

이거 호재 핸드폰 아니에요?

민우

(당황해서)

아 예 맞는데요.

저랑 핸드폰이 바뀌었나 봐요.

지연

아 그래요?

그럼 호재한테 전화 좀 해 달라고 전해주시겠어요?

민우

호재 아마 잘 거예요 내일 전해 줄게요

근데 혹시 지연 양 이신가요?

지연

네 그런데요

민우

호재 지금 힘들어 할 거예요 게임대회 나가서 또 졌거든요 그래서 술을 마셨더니...

참 그거 말고 요즘에 고민거리가 하나 갑자기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지연양은 아세요?

지연

호재 많이 마셨어요?

민우

완전 시체처럼 자고 있을 거예요

지연

그럼 내일 호재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해주세요. 꼭이요 할말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민우

전해는 드리지요

지연

그럼

민우

잠시 만요 호재 많이 괴롭게는 하지 마세요.

호재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연

...

민우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 그럼…….

 

S#56.게임방{여름 낮}

호재

(들어와서 민우 옆 자리에 앉는다)

민우

생각보다 일찍 왔다.

니가 웬일이냐 술을 그렇게 마시고도 나오고...

호재

음 어제 그렇게 하고 보니까 더 열심히 해야 갰더라고

민우

마지막 판에서 좀 만 잘했으면 됐었는데..

왜 하필 1명만 뽑냐.

호재

어차피 2등은 안 알아주잖아 경쟁이 치열해야 할 만 하지.

민우

니가 웬일이냐 그런 말도 하고 매일 남 탓 만 하더니..특히 내 탓만 하더니

호재

자식 매일 몰아붙여서 미안했다.

근데 나 몇 달 지나면 지방으로 가는데 너 새로운 파트너라도 구해야 하는 거 아냐?

민우

그러게나. 말이다. 너처럼 맘에 맞는 파트너가 있을지…….

아 참 니 핸드폰 (핸드폰 건네며) 지연이가 전화 해달란다

 

S#57.호재의 방{여름밤}

 

호재

(게임을 하고 있다가 빗소리가 들리자 창문을 연다)

(멍하니 비가 오는 것을 바라본다)

(전화기를 열어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를 닫았다를 반복한다)

 

S#58.길거리<회상>{가을밤} + 비

지연

(화가 잔뜩 난 표정 비를 맞으며 빠르게 걷는다)

호재

(겨우 따라와서는 지연을 잡는다) 지연아 왜..왜 그래?

지연

(호재를 노려보며)

너를 못 믿겠어.

(돌아서서 가면)

호재

(다시 붙잡으며)

뭘 못 믿겠다는 건데 뭘 못 믿는지 말해줘야 알지?

지연

(울음을 터트린다)

호재, 지연 비를 계속 맞으며 서있다.

 

S#59.공원 <회상> {가을밤}

<비가 그치고 어두운 공원>

지연

(혼자 앉아 눈물을 닦는다)

호재

(멀리서 달려온다)

지연

(일어서면)

호재

(지연의 손을 잡아 당겨 지연을 안는다)

아무 말 하지 말고 내 얘기 들어 니가 나에 어떤 점에 대해 화가 났는지 나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근데 나 한번만 봐줘 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알았지?

지연

(호재를 바라보면)

호재

(지연에게 얼굴을 서서히 가져가며 키스를 한다)

 

 

S#60.공원{여름밤}

호재(N)

(공원 벤치에 앉는다)

(피식 웃다가 쓴 웃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여기서 두 가지 일이 있었구나.

좋았던 기억 하나하고 안 좋았던 기억 하나하고...

(호재 일어서서 가려고 하는데)

지연

(호재를 바라보고 있다 호재와 눈이 마주치면)

호재

(놀라서 멈춰있고)

지연

(다친 다리 때문에 절뚝거리며 다가오면)

호재

다리도 다쳤는데 왜 돌아다녀 내가 데려다 줄게 가자

지연

왜 사실 대로 말하지 않았어?

호재

뭘?

지연

너 이사 간 거 말이야?

호재

예전 집에 갔었어?

지연

그래

호재

(화내며)

그 다리를 하고서 어딜 가 바보야

너 바보야?

지연

(울 듯 말 듯 한 표정과 목소리로)

너가 더 바보야

나 걱정하면서 왜 헤어지자고 한 거야?

호재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사실 대로 말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말해도 될 것 같다

너랑 나랑 이제 서로 좋아하는 사이 아니야 이미 그건 반년도 더 된 얘기야

니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을 잃었데.

니가 기억하는 나는 옛날의 나지 지금의 내가 아니야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보면 모르겠어?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라구 여름...

지연

(눈물을 글썽이며)

호재

내가 하는 말 못 믿겠지만 사실이야

지연

(눈물을 흘리며)

나는 여기서 너랑 키스한 날 생각하면서 내가 여기 오면 냉담해진 니가 돌아 올까봐 해서 나왔는데 우연히 너가 있는 거 보고 가슴 떨며 이건 운명이야 이러고 있었는데...

호재

(눈물을 글썽인다)

미안하다

(돌아서서 가면)

지연

엄마가 자꾸 너를 잊으라는 게 이런 이유 때문 이였구나.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그래 며칠 전 비 오던 날 그래 그 말이 맞았단 걸 알았지만...

호재

(돌아선 상태에서 돌아보지 않고)

먼저 헤어지자고 한건 너였어.

지연

(쓰러진다)

호재

(돌아보고는 놀라 지연에게 다가가 지연을 업는다)

 

S#61.지연의 병실{여름밤}

호재

지연 이는 안 돌보시고 뭐 하셨어요?

지연 모

지금 나에게 훈계 하는 건가? 안 온다더니 왜 또 왔지?

호재

그럼 지연 이를 버리고 와요? 잘 좀 돌봐 주세요.

그리고 슬슬 지연이에게 말해주세요

전 사실대로 말했으니까요

 

지연 모

(뺨을 때리며) 어디서 훈계야?

호재

(담담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그럼 가보겠습니다

(뒤돌아서서 가면)

지연 모

(약간 찡그리며 이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S#62.호재의 방{여름밤}

(계속해서 머릿속에서는 공원에서의 일을 생각한다 )

휴대폰 울리면..

민우

여보세요. 야 호재 빨리 나와라

호재

왜?

 

 

S#63.포장마차{여름밤}

호재

이 자식아 웬 포장마차야? 갑자기

민우 <시종일관 취해서 중얼거리듯 말한다.>

오늘 그런 일이 있었거든...

호재

왜 무슨 일인데?

민우

넌 슬프면 뭐하냐?

호재

뜬금없이 뭔 소리야?

민우

묻는 말에나 대답해

호재

나 그냥 집에 처박혀 있지...

민우

쳐 박혀 있으면 나아져?

호재

글쎄..그냥 조용히 뭔가 생각을 하면 조금은 이해시키게 되는 것 아닐까? 내 마음속에서...

민우

그렇구나..근데 요즘은 그렇게 생각을 해도 사람들을 만나도 심지어 술을 이렇게 마셔도 내가 이럴 시간이나 있는 건가? 도대체 뭐가 잘못돼서 내가 이러고 사나 그런 생각 한다 노력하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호재

(술을 따라 마신다)

민우

넌 마시지 마 이 자식아.. 넌 마실 자격이 없어...

(눈물을 흘리면서)

넌 마실 자격이 없어

지연이를 그렇게 잊지 못해서 슬퍼하던 게 엊그제 같았어...

근데 지금은 뭐하는 짓이야 넌 이미 지연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지연이도 니가 느꼈던 그 엿 같은 기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호재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난 안 힘든 것 같아? 나도 충분히 괴로워...

민우

괴롭다고? 아니 너 같이 냉정한 놈은 그런 거 몰라...

넌 지금 너가 겪었던 만큼 지연이에게 갚아주려는 거 아니야?

호재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듯 그렇게 말 하지 마...

민우

그래 나는 다 몰라

그래도 난 너가 모르는 걸 하나 알고 있는데 말야...

지연이는 너를 정말 좋아 했었다는 거 지금 이렇게 만나지 않았어도 만났을 거란 거 (엎드리려다가 쓰러진다)

 

S#64.호재의 방{여름밤}

호재의 침대에는 민우가 자리는 차지하고 누워서 자고 있다

호재

(심각한 표정)

<S#63에서 민우가 한 말들이 반복해서 들린다.>

민우(E)

-니가 느꼈던 감정 지연이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너가 모르는 걸 하나 알고 있는데 말야. 지연이를 너를 정말 좋아했었다는 거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거

 

S#65.지연의 병실{여름낮}

지연 혼자서 곤히 잠들어 있다.

호재(N)

(조용히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그래 니 생각은 죽어도 안하고 내 생각만 했나보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너 어차피 나 지방으로 떠날 건데 어차피 그러면 다 끝일텐데 괜히 너에게 상처 주었나 보다 그냥 잘 대해주어도 되었을 것을...

지연

(눈을 뜨면)

호재

(살짝 미소 짓는데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방울하나)

지연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호재의 눈물을 닦아준다)

호재

(눈물을 닦아주는 지연의 손을 잡으면)

 

S#66.공원{여름 낮}

호재

(하늘을 보며 앉아있으면)

지연

너랑 같이 여기에 이렇게 다시 앉을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호재

(시선은 하늘을 보고)

왜?

지연

(호재를 쳐다보며) 우리가 헤어졌던 곳이니까

호재

(지연을 쳐다보며) 기억이 나는 거야? 이제?

지연

조금씩, 조금씩 기억나.

호재

(하늘을 보며)

오늘은 하늘이 참 맑다

지연

(하늘을 보면)

 

S#67.공원 <회상> {가을오후}

지연

(화난 표정)

호재

(뛰어오며) 미안 늦었지?

지연

어떻게 30분이나 늦게 나와?

호재

아~ 미안해

지연

(벤치에 털썩 앉아 틀어 앉는다)

호재

아 미안하다니까....

지연

(하늘을 보며)

됐어

호재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며)

날씨 참 시원하고 좋지 않냐...

<갑자기 치는 번개와 빗소리 이어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호재

(벤치에서 눈치 보며 일어선다)

(주눅 들어 작은 소리로)

아..아니 이게 나 때문은 아니잖아..

지연

(화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일순간 큰소리로 웃는다)

<카메라 벤치에서 페이드아웃하며 들리는 건 지연의 웃음소리만>

 

S#68.벤치{여름 낮}

 

호재

(천천히 고개를 내려 지연을 바라보면)

지연

(계속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호재

참 맑은 하늘이지?

지연

그러게

호재

(쓴 웃음을 지으며)

이제 슬슬 가자 어머님이 걱정하시겠다.

 

S#69.병실 앞{여름 낮}

지연

(손을 내밀며)

고마워

호재

뭐가?

지연

다시 니가 찾아와 준거...

호재

(악수를 하며)

그래

지연

우리 그래도 연락은 하고 살자

호재

그래

(돌아서서 가면)

지연

잘가~~

호재

그래 들어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지연모>

 

S#70.호재의 집{여름 낮}

호재

(가만히 컴퓨터를 하며 앉아있다 창밖을 보며 미소 짓는다)

 

S#71.지연의 병실{여름 낮}

지연모

지연아

지연

응?

지연모

아까 호재 만나는 거 봤다

지연

왜? 또 만나지 말라고 말하려고?

이제 엄마가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엄마가 원해서 한 이별...

그건 나한테 불행만 가져다 줄뿐이야

이렇게 아플 수밖에 없는 것도 다 엄마 때문이라고...

 

S#72.호재의 방{여름밤}

비가 내리는 소리와 호재가 게임을 하는 소리가 겹쳐 들린다...

 

S#73.도시풍경 몽타주{여름밤} +비

<<여러 화면 전환되며 비가 오는 도시 풍경을 이곳저곳 카메라가 훑고 간다>>

호재(E)

이제 가을이 오려나 보다 가을비는 항상 이쯤에서 내렸던 것 같다

그날 그 공원에서 맞았던 가을비는 내가 태어나서 맞아본 가을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가을비 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추억이라 하는가 보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드나보다..

 

S#74.호재의 집{초 가을아침}

호재의 집 이삿짐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호재 부

아들아 이제 우리도 우리의 집을 가지게 되었는데 어때 좋지?

니가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큰집을 좋아했는지 그런 녀석이 이제 다 커서 말이야...참..세월 빨라

호재

내가 언제 큰집을 좋아했어?

(말끝을 흐린다)

그냥 단지 조금 부러워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 살아오면서 사랑 많이 받았잖아 외아들이라고

호재 모

어휴~~그걸 알면 좀 번듯한 직장 좀 잡고 우리 호강은 아니더라도 걱정이나 시키지 마셔 아들...

호재

참 엄마는 그러니까 내가 아빠가 더 좋다니까...

호재 모

호재야 아저씨들 마실 거 드리게 내려가서 좀 사와..

호재

아빠는 동생을 꼭 만들지 왜 나만 나가지고...참...

 

S#75.아파트 계단{초 가을아침}

3층에 문이 열려있고 들려오는 지연의 목소리

호재

여기도 오늘 이사 가나 보네...하긴 이제 슬슬 이사철이니까..

지연(E)

알았어. 엄마...

지연 호재 3층에서 서로 마주친다. 서로 당황한 표정

 

S#76.놀이터{초 가을아침}

지연

(흥분해서 큰소리로)

진짜 신기하지 않냐?

호재

(상기된 표정으로)

그...그러게...

지연

(계속 흥분된 상태)

참 세상 좁구나, 친구....

호재

친구? 그 말 들으니 어색하다...

지연

그런가? 어때 그럼 뭐라 부르니...

호재

그러게...

<어색해진 분위기 잠시침묵>

지연

너 이사 가는 거야?

호재

너도 이사 가는 것 같던데..

지연

응 나도 모르는 집인데 또 이사를 간데... 근데 너는 어디로가?

호재

몰라 집에서 아무 말이 없어서...

지연

나는 들어도 잘 모르겠어...

호재

니가 원래 지리나 사람이름에 약하니까 뭐...

지연

너 또....그 말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

내가 그 말 하지 말라고 일기장에도 몇 번인가 써줬구만....진짜.... 너는

<호재, 지연 순간침묵>

<호재, 지연 서로 어색하게 바라보다가>

 

S#77.호재 이삿짐 차 안{초 가을 낮}

호재

(실실 웃다가 또 웃음을 참다가 다시 웃으려다 입을 막고 또 웃는다)

호재 모

(답답한 듯 화내며)

그냥 웃어....어이구 답답해.....

호재 부

(나무라듯)

애가 웃는데 왜 그래? 또....

호재 모

애가 실성한줄 알았수 됐수?

호재 부

참 우리는 왜 이사 가는 날 까지 이런 거야?

 

S#78. 지연 이삿짐 차안{초 가을 낮}

지연 지연 모 앉아 있다

 

S#79. 놀이터(회상) {초 가을아침}

S#76의 서로 어색해 하는 장면 다시나오고

 

S#80.지연 이삿짐 차안{초 가을 낮}

지연

(갑자기 소리 내어 웃고)

지연 모

(이상한 듯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앞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지연을 쳐다보며 의심의 눈초리로) 혹시?

 

S#81.호재네 이삿짐 차{초 가을 낮}

호재

저번처럼 고장 나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호재 모

그렇게 이사 많이 했어도 저번에 한번 그런 건데 뭘 걱정해...

호재

그런가?

(호재N)

새로운 집으로 잘 가고 있겠지?

 

S#82.아파트 전경{초 가을 낮}

호재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이집이야? 좋다

호재 모

올려다보지 말고 일이나 도와

<호재가족 아파트로 들어 간다.>

 

S#83.호재의 집{초 가을 낮}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시간경과>

호재

아 이제야 다 끝났네.

그래도 새집이라 좋긴 좋다

호재 모

그러게 나도 지방이라서 안 좋은 곳만 있을 줄 알았는데

호재

그러게요 근데 우리 자장면 안 시켜요?

호재 부

안 시켰어? 웬 일이래 시키지 말라고 할 때는 그렇게 시키더니만..

호재

(수화기를 들고)

아 여기요 310동 1203혼데요 자장면 셋에 탕수육 대짜 하나요

이제 됐죠?

호재부,모

이젠 탕수육이 늘었구나.

 

S#84.새 아파트 전경{초 가을밤}

 

S#85.지연의 집{초 가을밤}

지연모

아 이제야 다 끝났네.

지연

(투정하듯)

그 아저씨가 길만 제대로 들었으면 된 거였는데

(박스를 뒤적이다가)

엄마 내 짐은 어딨어?

지연모

거기 그 큰 박스 옆에 쭉 싸인 거 있지? 거기 있어..

지연

(뒤적이다 박스를 찾아 자기 방으로 가져간다)

(투정하듯)

이거 다 정리하려면 새벽이나 돼야겠다.

 

S#86.지연의 방{초 가을밤}

지연(E)

(다급하게)

엄마 엄마

지연 모

(다급하게 와서)

왜?

지연

내가 아끼는 곰 인형 못 봤어?

지연 모

(약간 당황하며)

짐 풀다 보면 나오겠지 혹시 안 챙긴 거 아니야?

지연

아닌데...

(시무룩한 표정 기운이 빠진 말투로)

내가 일단 찾아볼게

(여러 군데를 뒤져본다)

 

S#87.아파트 쓰레기장{초 가을밤}

곰 인형을 집어가는 손

 

S#88.지연의 집 거실{초 가을밤}

거실을 비추다가 시계를 비춘다.

12시를 가리키는 시계

 

S#89.지연의 방{초 가을밤}

지연 모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지연아

지연

응?

지연 모

일단 자고 일어나서 해 벌써 12시다

지연

응, 알았어. 그 대신 나 내일 일찍 깨워줘.

지연 모

그래 일단 침대는 내일 만들어 줄게

지연

응, 알았어.

지연 모

(이불을 펴주려고 하면)

지연

됐어 내가 할게

 

S#90.호재의 방{초 가을 낮}

호재 모(E)

호재야 방 청소 좀 해라

호재

저 지금 바빠요

호재 모

(방문을 열고 걸레만 던지며 나간다)

바쁘긴 뭐가 바빠 그놈의 게임만 하면서...

차라리 나가서 해 나가서

호재

어쩔 수 없이 내일부터는 그럴 거예요

모임 만들었거든요

 

S#91.지연의 방{여름 낮}

지연 (곰 인형을 찾아 밝게 웃는다)

<이때 걸려 오는 전화>

지연

여보세요?

호재

응, 나 호재야

지연

(반가워하며)

어, 호재야 이사는 잘했어?

호재

응, 넌?

지연

말도 마 어제 길을 잘못 들어서 밤 다 되서야 도착해서 지금 짐 정리 끝냈어.

호재

넌 이사한곳 맘에 들어?

지연

응, 왜 넌 맘에 안 들어?

호재

아니 전에 살던 곳 보다 너무 좋아서 잘 왔단 생각까지 들어서...

너도 이사한 곳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지연

그래 새로운 곳이라서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말야.

호재 모(E)

호재야 나가서 세제 좀 사와라

호재

(전화기를 막으며)

알았어요.

지연아 끊어야겠다. 심부름...

그럼 잘 지내고...

지연

그래... 너도...

 

S#92.지연의 방

<<S#91 분할화면 상태에서 지연의 방만 풀 샷으로 잡으며>>

지연

(전화를 끊고 계속 전화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연 모

(그런 지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 표정)

 

S#93.아파트 주차장{초 가을 낮}

호재

(세제가 들 봉투를 흔들며 투덜댄다)

아니 세제 심부름 시키면서 딱 세제 값밖에 안주냐고

(앞의 깡통을 바라본다)

야 이거 어렸을 때 그 깡통차기 이거 새벽에 차면 그냥 아저씨들이 야 이 새끼야~하면서 막 나와서 욕하고.....

(앞에 깡통을 보더니 발로 찬다)

<카메라 깡통을 따라가면 동민의 머리에 맞는다.>

(이리저리 피할 곳을 찾다가 쓰레기통 뒤로 숨으려고 움직이는 순간 동민과 눈이 마주치자 뻘쭘허니 멈춰 서 있다)

호재

(능청스럽게)

아 괜찮으세요?

동민

(어이없으면서도 밉지 않다는 표정으로)

아, 네 괜찮아요. 근데 좀 빨리 숨지 그러셨어요.

호재

(능청스럽게 큰 소리로 웃는다)

동민

(웃음을 띤 채로 가던 길을 간다)

호재(N)

짜식 눈치 하난 빠르네...

 

S#94.호재의 방{초 가을 밤}

호재

(비장한 표정으로)

음 이제부턴 집에서 심심해하거나 심부름 같은 건 안 해도 되겠구나.

그래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게임대회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제발~~

 

S#95.게임방{초 가을 낮}

호재

(시계를 보며)

왜 이렇게 안 오지?

동민

(이리저리 둘러보다 호재와 눈이 마주친다)

호재

(동민에게 다가오며)

혹시 길드원 모집한다던?

동민

그럼 당신이 그...

호재(N)

뭐야...

동민

일단 앉죠?

<스타를 하나 호재가 진다>

호재(N)

뭐야 존나 쪽팔리게...

동민

잘 하시네요 근데 대회를 나가려면 아직 좀 모자란 것 같은데요

특히 긴장 하는 것 같아요 긴장만 안하면 훨씬 잘할 것 같은데

호재

하다 보면 나아지겠죠.

동민

대회는 몇 번 나갔어요?

호재

한10번 정도 다 입상이 못 되었죠

동민

근데 저 나이가?

호재

21살인데요.

동민

어, 그럼 나랑 동갑이네 그럼 말 트지 우리?

호재

좋지 그럼 한판 더 할까?

동민

좋지

호재

어서 게임이나 시작하시지

 

S#96.포장마차{초 가을 밤}

동민

세상 참 좁다는 게...

호재

그러게 말이야 깡통 맞은 놈 하고 이렇게 술 마실 줄이야

동민

그러게

근데 스타 할 때 전략이 좀 부족해 손은 빠른데 말야.

호재

그건 이제 새 파트너도 생겼는데 연습 해야지

동민

그래 이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자구...

호재

그런 의미에서 건배 할까?

동민

좋지... 자 건배

 

S#97.지연의 아파트 3층 복도{초 가을 낮}

지연

(아래를 내려다보며)

별로 안 높네.

민정

(문을 열고나오며 지연을 쳐다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연을 한참 쳐다본다)

지연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면)

민정

역시 맞았어. 지연아...

지연

(이상한 듯 쳐다보며)

저 아세요?

민정

역시 여전히 사람 얼굴 기억 못 하는 건 여전하구나.

서울 고등학교2학년3반

지연

어, 나도 거기 나오긴 했는데

(한참 생각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아 민정이구나.

근데 성은 아직도 기억이 안 나네...

민정

그럼 그렇치 니가 다 알면 지연이가 아니지

2학년 중간에 전학가긴 했지만 그래도 꽤 친한데도 기억 못하다니...

지연

그래도 이름은 기억해 냈잖아. 내가 세상에서 누굴 기억 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알면서

민정

근데 여기서 뭐하는 거야?

지연

그냥 아래 내려다보고 있었지

민정

여기로 이사 온 거야? 303호?

지연

응...

민정

참 세상 좁다는 게...

나 302호니까 자주 보겠네...자주 놀러오고 그래...

지연

그래 너도 종종 놀러와

민정

그럼 나는 나가는 길이여서...나중에 보자

 

S#98.게임방{초 가을 낮}

<호재 동민 스타를 하는 모습 서로 대화도 하고 전략도 짜는 장면>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동민

여보세요.

어, 민정아

민정

소리 들어보니까 또 피씨방이구나.

동민

말했잖아 대회 준비한다고 이번엔 파트너도 좋아서 잘 될꺼 같아

호재

오~~여자 친구?

동민

민정

그러고서는 매번 떨어졌잖아...

너가 너무 못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동민

너 마저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민정아 이번엔 걱정마 정말 느낌이 좋다니까.

민정

그래서 요즘 연락하기 힘들었구나.

나도 니 게임하는 거 보고 싶은데 부담되니?

동민

솔직히 니 앞에 서면 모든 더 잘하려다 보니까 조금은 실수도 하고 그래...

민정

바보~ 그냥 맘 편히 갖고... 나한테 전화도 자주하고 알았지?

그럼 게임 잘하고 이번에는 파트너와 함께 통과하는 지 지켜보겠어.

동민

그래 힘낼게

그럼 이따가 거기로 갈게...

호재

(약간은 씁쓸 한 표정)

동민

왜 그래 부럽냐? 그렇다고 벌레 씹은 표정은 너무 오바 아니야?

호재

내가 그랬어? 부러워서 그랬지

동민

여자친구 없어?

호재

친구는 있지... 됐고 게임이나 하자...

 

S#99.지연의 집{초 가을 낮}

초인종이 울린다.

지연

누구세요?

민정

어 민정이야

지연

(문을 열며)

어 약속 있다며?

민정

약속시간이 늦춰 졌어

지연

앉아 뭐 마실래?

민정

콜라 있냐?

<시간경과>

민정

그래서 지금은 다 나은 거야?

지연

응 괜찮아 다리도 다 나았고...

민정

역시 빈혈쟁이 지연 여전하구만...

그럼 남자 친구는 있고?

지연

남자 친구?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 근데 잘 모르겠어.

민정

그래?

지연

서로 이사 가면서 헤어졌어.

민정

누가 이쁜 우리 지연이를 힘들게 하고 있구나...가서 테러 해주리?

지연

(웃음)

됐어...

민정

이럴게 아니라 너 여기 지리도 잘 모르지 내가 다 알려 주마 나가자

지연

이따 남자친구 만나러 가야 하잖아?

민정

괜찮아 니도 보여주면 되지...

 

S#100.길거리{초 가을 밤}

<쇼핑도 하고 길거리도 돌아다니는 모습>

민정

(휴대폰을 받으면)

동민

어 민정아

민정

끝났어?

동민

민정

그럼 원래 자주 보던데 거기서 보고

(휴대폰을 가리며 작은 목소리로)

야 니 친구도 데려와 봐

동민

왜?

민정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

 

S#101.게임방{초가을밤}

호재

야 표정이 왜 그래?

 

동민

여자친구가 너 보고 싶데?

호재

그래? 재미있겠는걸...

 

S#102.커피숍{초 가을 밤}

<지연 민정 앉아 있다>

지연

민정아 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

민정

그래....

<지연 화장실에 들어가고 호재 동민 들어온다.>

민정

(동민을 보자 손을 흔든다)

동민

(앉으며)

내 친구는 왜 보자고 한 거야?

민정

귀 좀 가까이 가져와봐

동민

(귀를 대면)

민정

내가 친구 좀 소개 해주려고

지연

(걸어오면 민정을 보고는 웃으며)

어유 닭살 뭐하는 짓이야 남사스럽게...

동민

(앉으면)

<지연과호재 눈이 마주친다. 놀라는 호재와 지연>

민정

(지연과 호재를 번갈아 보면)

뭐야...혹시 아는 사이야?

동민

그러게 둘 다 표정이 장난이 아닌데... 수상해...

호재

(놀란 표정 그대로)

아니야.

지연

(그 표정을 보고는 큰 소리를 웃는다)

동민

뭐야 호재 딱 걸렸어...어떻게 아는 사이야?

민정

우리가 자리를 비켜 줘야 할 것 같은데 동민아 우리는 나가자 사실 이 둘만 연결 시켜주고 나갈 생각 이였거든

지연

야, 어딜가?

민정

지연아 나 그렇게 눈치 없지 않아...그럼 난 간다..동민아 가자~~

<동민 민정 다정하게 커피숍을 나간다.>

<시간경과>

지연

좀 오랜만이지?

호재

어 그러게

<서먹한 분위기 강조>

호재

어떻게 된 걸까?

지연

뭐가?

호재

우리가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거 말야

지연

그러게...

호재

우리 나갈까?

지연

여기 지리 잘 알아?

호재

아니...

지연

그럼 우리 게임 방 가자?

호재

(의외라는 듯 쳐다본다)

지연

왜? 니 게임 하는 거 보고 싶어서 니 대회도 있다며?

호재

니가 그런 말 하니까 좀 의외라서

지연

뭐가?

호재

너 내가 게임하는 거 무척이나 싫어했었거든

 

S#103.길거리{초 가을 밤}

지연

내가 그랬었어?

호재

응 너랑 그것 땜에 많이 싸웠던 것 같아 약속 시간도 많이 늦게 와서 걱정도 많이 했었잖아.

지연

그래?

호재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구나.

지연

그러게 추억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너에 비해서 나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호재

괜찮아 다 지난 일인데 뭘~~ 그것 보다 너 저녁은 먹었어?

지연

아니

호재

그럼 일단 밥이나 먹자 배고프다.

 

S#104.분식집{초 가을 밤}

호재

미안하다 내가 돈이 별로 없어서 분식집이나 오고

지연

괜찮아 나 떡볶이 좋아하잖아

호재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지연

근데 그것 들 괘씸하다 나한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호재

근데 그 둘 남매 같지 않냐?

지연

남매? 잘 모르겠는데?

호재

난 아까 보고 둘이 정말 닮았다고 생각했거든

지연

그래?

호재

서로 사랑 하면 닮는 다는 말 아까보고 실감 했어

아님 닮아서 서로 사랑하게 된 건가?

지연

(웃음)

<떡볶이가 나오자 지연 호재 먹는다.>

 

S#105.길거리{초 가을 밤}

호재

이제 제법 가을이라고 밤 되니까 춥다

지연

추워?

호재

아니 넌 추워?

지연

아니

호재

근데 이제 어디가지?

지연

게임 방 가기로 했잖아...

호재

아 그랬지..그래 가자

 

S#106.게임방{초 가을 밤}

<스타 배틀넷 이기는 호재 기뻐하며 하이파이브도 하고 영락없는 연인의 모습>

 

S#107.길거리{초 가을 밤}

호재

집이 어디야? 내가 바래다줄게

지연

아니야. 나 어린애 아니야 혼자 갈수 있어...

호재

내 눈엔 아직 넌 어린애야...

지연

(물끄러미 바라보면)

호재

뭐야 이상하게 쳐다보고

지연

(갑자기 피식 웃으며)

니가 무슨 엄마냐

(호재의 말투를 따라한다)

내 눈엔 아직 넌 어린애야

호재

뭐가 웃기 다는 거야?

지연

또 삐졌냐? 삐짐 쟁이

호재

(먼저 걸어가면)

지연

야, 같이가.

(지연 달려가서는 호재의 팔짱을 낀다)

야 근데 너 그 남자애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호재

누구? 동민이?

지연

호재

내가 집 앞에서 화가 나서 깡통을 찼는데 그녀석이 맞았어, 근데 알고 보니까 그자식이 나랑 게임을 같이하게 될 게임 파트너 였드라고 참... 우연치곤 상당히 우울한 우연이었어.

근데 그럼 넌 동민이 여자 친구는 어떻게 알아?

지연

아니 고등학교 때 친군데 우리 옆집이더라고 날 단번에 알아보더라. 나는 잘 모르겠던데

호재

니가 단번에 사람을 알아볼 리가 없지 아무렴...

지연

너까지 그러기야...

호재

(갑자기 멈춰서며)

지연아? 너희 집 이 단지니?

지연

응 왜?

호재

(당황하며) 아니 낮 익어서... 몇 동이야?

지연

아 여기야

(손으로 가리키는 곳 310동)

호재

(땀을 닦으며)

아~ 그래

그럼 난 이제 바래다 줬으니까 가볼게.

지연

호재야 괜찮아? 니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여...

호재

괜찮아.

 

S#108.아파트3층{초 가을 밤}

지연

(호재에게 손을 흔든다)

 

S#109.아파트 주차장{초 가을 밤}

호재

(부동자세로 손만 흔들다가 지연이 들어가자 재빨리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S#110.엘레베이터{초 가을 밤}

호재

(한숨 돌리며 엘리베이터에 타서 닫음 버튼을 누르는데)

민정

잠시만요.

호재

(재빨리 열림 버튼을 누르는)

민정

(3층을 누르고)

호재

(12층을 누른다)

<민정 호재를 보고 자꾸 고개를 갸우뚱 한다>

<민정이 3층에서 내리자 안도의 한숨을 쉬는 호재>

 

S#111.호재의 방{초 가을 밤}

휴대폰이 울린다.

호재

(받으면)

여보세요.

지연

집에 잘 들어갔나 해서...

호재

응 집이 생각보다 가깝더라고...

지연

그래 그럼 자주 볼 수 있고 좋겠다.

호재

그러게

지연아 한 달 후면 나 게임 대회 나가는데 와 줄 수 있지?

지연

그럼 당연히 가야지 가서 응원해 줄께

호재

그래 고마워...

지연

그래 그럼 잘 자~~

호재

그래 너도

호재 모(E)

호재야 나가서 간장 좀 사와라?

호재

휴~~ 알았어요...

 

S#112.아파트입구 계단{초 가을 밤}

호재

아~~ 그래도 그 집 살 때 보단 슈퍼가 가까워서 좋구나.

 

S#113.아파트입구 옆 잔디밭{초 가을 밤}

지연

(기절한 듯 누워 있고)

경비아저씨

(누워있는 지연을 흔든다)

호재

(계속 걷다가 아파트 잔디밭에 누워 있는 사람을 경비아저씨가 흔들어 깨우는 것을 흘끔 보고 올라가려다가 다시 보고 놀라서 잔디밭으로 뛰어오며)

지연아~

 

S#114.아파트 잔디밭{초 가을 밤}

호재

(잔디밭으로 오면)

<지연이 쓰러져 있다>

 

S#115.병원{초 가을 밤}

호재

(걱정스럽게 밖에서 기다린다)

지연부모 걱정스럽게 다가오면 호재 인사 한다

지연모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 지연이 어떻게 된 거야? 어? 어떻게 됐냐고?

호재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연이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지연 모

지연이가 뭐가 안 약해 그 조그마한 것이....

지연 부

(지연모를 달래듯) 여보 좀 차분히 기다려 봅시다.

<시간경과>

호재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시킨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온다.

호재

(지연부모 보다 먼저 달려가서)

의사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 심각한 거 아니죠? 애가 몸이 좀 약해서 그냥 잠시 쓰러진 거죠? 괜찮은 거죠? 아무이상 없는 거죠?

의사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입니다 깨어나기 전 까진 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

지연 모

(충격으로 실신한다)

 

S#116.호재의 집{초 가을 밤}

호재 모

(시계를 보며)

아니 이 자식은 간장을 어디로 사러 간 거야?

 

S#117.지연모의 병실{초 가을 밤}

지연 모

(깨어난다)

호재

어머님 괜찮으세요?

지연 모

(등 돌리고 누우며)

자네 내가 이렇게 면박 하는 데도 내가 밉지도 않나?

호재

어머님이 언제 저한테 면박 주셨어요.

먼저 지연이가 찾는 다고 저를 부르신 건 어머 님이세요

지연 모

그건 지연이가 상처 받을까봐 여서였지 네놈이 탐탁해서가 아니야

호재

지금은 그런 얘기할 때가 아니에요. 일단 좀 진정하시고 나서 나중에 말씀 하세요

(지연모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날씨가 차요 이제 감기 걸리기 쉬워요

지연 모

(눈물을 흘리며)

자네 정말 바보인건가?

호재

어쩌면 바보일지도 모르죠. 제가 경찰서에 있을 때 진술해 주신 것도 지연이가 저를 찾는다고 병원으로 데려온 것도 그리고 지연이 에게 제 생일 알려주신 것도 지연이가 다시 저를 사랑하는 거라고 알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게 저를 싫어하지 않아서 해주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의사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 이제 깨어 나셨군요.

지금 지연양이 정신을 차려서 아버님이 같이 계시니까 안심 하세요

지연양은 안정만 취하면 별 커다란 이상은 없을 것 같습니다.

(돌아서 나가려다가)

아 근데 호재가 누구죠? 지연양이 호재라는 사람만 찾고 있습니다.

어제 헤어 졌는데 자기가 잘못했다고 우는걸 아버님이 간신히 말렸거든요

지연모,호재

(의사를 향해 어리둥절한 표정)

<호재 지연모를 쳐다보면 지연 모 미소를 지어 보이며>

 

 

S#118.창{계절상관없음} + 빛 필수

밝은 햇살에 분홍빛 커튼이 흩날리며 바람에 넘어가는 일기장

바람이 잦아들며 멈춘 페이지에는

지연(E)

어느 날 일기장을 열었을 때 그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호재(E)

내가 너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

단지 너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마음도 있었지만....

내가 너를 계속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생각....그런 것들이 내 마음을 조금은 무겁게 했었어....하지만...이젠...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

END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젠 우리는 AND일거야

너가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항상 AND일거야....

이제 알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AND 지연이 너라는 걸

운명이 있는 한 우리는 계속 AND일거야

사랑한다. 지연아...

(C.U)

일기장에 그런 글귀가 보이며....

 

자막

HARRY...AND...

엔딩 음악과 엔딩 크레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