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Love letter,1995) 감독: 이와이 슌지
영화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999년, 11월의 어느날 개봉관에 007과 러브레터 2개의 영화가 걸려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단관, 2개관으로 영화관을 운영하던 극장들이 남아 있었다.)
극장에 걸린 포스터만 봐도 러브레터가 묘하게 끌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학교에선 007을 단체관람 시켰다.
그렇게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그 영화는 2000년이 되서야 집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고자 마음먹었던 시절 봤던 영화들은 항상 쉽게 보지를 못했던 것 같다.
항상 뭔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가지로 뻗어나갈수도 있다고 긴장하며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영화 중에선 이보다 더 가슴을 울린 영화는 현재까지도 없었다.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MTV 감성이라 일컬어지는 영상미, 클래식한 음악.
여러가지면에서 그동안 봤던 뻔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다.
비슷한 구성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뻔해서 흥행이 불가하다.
그 처음의 감정을 느끼는 순간, 이 영화가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구성의 영화가 단 한편도 나오지 못했다.
아름다운 설경에서 시작한 영화는 어떤이의 추도식(?)으로 시작한다.
한 여성의 전애인인 후지이 이즈키라는 남성의 추도식,
추도식이 마무리되고 그의 집에서 졸업앨범에 적힌 주소를 적어와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답장이 도착하고, 여성의 현애인과 전애인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함께 찾아나선다.
그리고 동명의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와의 편지를 통해 그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후지이 이즈키라는 동명의 남,녀의 학창시절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위에서는 그 둘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는 일련의 사건들과 철없는 장난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영화는 점점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그 둘의 관계는 사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었던게 아닌게 확신하게 된다.
남자는 여자에게 차마 떠난다는 사실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그렇게 떠난 남자에게 화가나서 화분을 깨뜨리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 여자도 그 남자가 자신에게 특별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말 없이 떠난 것에 대해 화가 나고, 그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남자가 남긴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는 영화가 마무리된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멍했다.
뒤늦게 깨달은 사랑의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고, 순수하고, 아련하고, 여운이 남았다.
그런 학창시절을 보낸 이가 없을 것이고, 비슷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다.
사랑이란, 말로 정리되지 않아 표현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자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