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극본

前 (2003)

ㅅㅈㅊ 2020. 8. 30. 22:43

 

S#1. 한강(낮) / 흐린 날

 

정우 재성 아무 할 일없이 앉아서 강을 보고 웃고 있다.

남자1 점점 계단을 내려와 손에 들고 있던 하얀 국화꽃을 강에 살며시 놓아주고...

정우 재성 빤히 그 국화꽃을 쳐다본다.

남자1: 걱정마! 내가 니 몫까지 해줄게...

타이틀 前 이 뜨고...

 

S#2. 교실(낮)

 

아이들 모여서 사진작가 집을 보고 있다.

-비 개인 날의 무지개 사진

-풀잎의 이슬

(위와 같은 것들)

재성 모여 있는 아이들을 비집고 들어가서는

재성: (신기한 듯) 야 이거 진짜 걸작인데... 야~ 정우야 이리 와서 이거 봐봐.

정우도 재성과 같이 아이들을 비집고 들어오고

정우: (환희에 찬 얼굴로) 놀라워. (말문이 막힌 듯 우와만 반복한다.)

 

S#3. 길거리(밤)

 

재성: 그래서 겨우 그걸 보고?

정우: 왜 너 아까 보고 뭐 느낀 거 없어?

재성: 느끼긴 개뿔이 느껴.

정우: 왜? 어제 그 사진은..,

재성: 야 그런 거 요즘 개나 소나 다 찍어 뭘 그런 걸로 놀라냐?

정우: 뭐 니야 항상 다 잘하지... (입을 툭 치며) 입아~ 죽어라~ 입만 살아가지고 는...

재성 정우 달리고 카메라 한곳에 멈춰 멀어지는 둘을 찍는다. (F.O)

 

S#4. 사진기 판매점(낮)

 

진열대의 카메라들 쫙 훑고

정우: (손을 콕 찍으며) 아저씨 저거요.

아저씨: 이거? 이건 전문가용인데?

정우: 그래요? 그럼 비싸죠?

아저씨: 그렇지. 산다 해도 몇 년간 제대로 사용도 못 할 거야. (팬탁스를 보여 주 며) 일단 이걸로 연습해. 초보자는 이것만 제대로 사용하게 되면 나머지 는 더 잘 사용하게 될 테니까.

정우: (못마땅한 표정)

 

S#5. 길거리(아침)

 

재성: 그래서? 이걸 샀다고?

정우: 응

재성: 너 미쳤구나?

정우: (어쩔 수 없다는 표정) 뭐가 미쳐 기초부터 해야 하는 거야.

재성: 지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면서...

 

S#6. 한강(낮)

 

-사람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

-강의 풍경

같은 것들....

 

S#7. 버스 정류장(낮)

 

정우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뒤를 뛰어 지나쳐 가는 채희(슬로우)

 

S#8. 교실(낮)

 

어딘가 엉성한 사진들

-희뿌연 사진

-빨갛게 번진 사진

-사물의 초점이 안 맞는 사진

그런 것들

재성 크게 웃으면 정우 재성의 입을 틀어막고 아이들 쳐다보다 뭐 매일 보니 그러려니 한다는 표정들

정우: 그렇게 웃기냐?

재성: 바보냐? 제대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잖아. 어떻게 찍는지는 아는 거야?

정우: 인터넷에서 대충은 찾아 봤는데...

재성: 니가 뭐 항상 그렇지 뭐... (정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사진기 다시 팔고 그 돈으로 차라리 놀자? 어때?

정우: 됐네요. 이 사람아. 잘 되가는데 방해 하지 말고 니 할 일이나 하렴...

 

S#9. 신촌(낮)

 

-민들레 영토

-간판들

-이대

등을 찍는다.

정우(N): 내 스스로도 느낀다. 내가 지금 무얼 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내가 뭔가 할 수 있다고 그렇다고

            느낀다. 지금 이 순간...

 

S#10. 정우의 집 앞(밤)

 

정우 집 앞에 들어가다가 쓰레기통에 사진들을 발견하고는

 

S#11. 정우의 집 안방(밤)

 

정우: (사진들을 들고서 엄마에게 보여주며) 엄마 이거 왜 버렸어?

정우모: 지금 니가 그딴 이상한 거 찍을 때야?

정우: 어떻게 남에 거를 허락도 없이 버려 왜?

정우모: 니가 무슨 사진이야? 착실히 공부해서 대학이나 가! 엄마가 니 그딴 거 하라고 돈 벌고 학교 보내고 그러는 줄 알아?

정우: 됐어. 난 이거 할 거야. 어쨌든 이거 할 거야.

 

S#12. 공원(밤)

 

재성: 내가 말했지? 그런 거 아무도 안 좋아해.

정우: 됐어. 그 얘긴 그만해.

재성: 차라리 공부 하는 척을 해 그냥 그게 편하지...

정우: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재성: 안 그러면 매일 싸워서 니하고 싶은 일 못 할 텐데도? 그래도 좋아?

정우: 아니... 뭐...

재성: 어차피 부모님들이야 안정적 직업 좋아하는 거 이제 알았냐?

정우: 그럼 넌 뭐하고 싶은데?

재성: 나? 그냥 이렇게 살지 뭐...

정우: 이렇게 산다고?

재성: 뭐 어때 어차피 꿈같은 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꾸는 거야.

정우: 그런 게 어딨냐?

재성: 얘가 뭘 모른다니까... 난 걔네들이 다 하고 남은 거나하고 살아야지!

정우: 난 안 그래

재성: 그래 꿈이나 실컷 꿔, 꿈은 꿈으로 끝나기도 하니까.

정우 재성의 멱살을 잡고

재성: (정우의 손을 뿌리치며) 어디 한번 잘 해봐.

재성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정우 그런 재성을 쳐다본다.

 

S#13. 길거리(밤)

 

정우 힘없이 터벅터벅 걷는다.

-채희 달리는 모습

정우 힘없이 터벅터벅 걷다 땅 밑을 보고

-채희 달리는 모습

정우 갑자기 멈춰 서고 땅에 버려진 필름을 집어 든다.

-채희 달리는 모습

정우 서서 필름을 유심히 살펴보고

채희: 야 비켜~

정우 필름만 유심히 쳐다보고 서있고 채희 달려오다 부딪힌다.

채희 정우 서로 엉켜 쓰러져있고

채희: (정우의 멱살을 잡고) 야~ 내가 비키라고 (했지 하려다가 정우의 모습을 보 고 의아해 하고)

정우 필름을 손에 꽉 쥐고 울고 있다.

채희: 야~ 너 미쳤냐? 야?

<시간경과>

채희: 겨우 그런 것 땜에?

정우: 겨우 라니... 나한텐....

채희: 그 피 묻은 필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데?

정우: 그냥 아무생각 없어. 단지 그냥 눈물이 흘렀을 뿐이야.

채희: 그냥 이라... 그냥 이란 건 없어. 단지 느꼈을 뿐이야.

정우: 느꼈을 뿐이라고?

채희: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자체가 행운이지.

정우: (의아하게 쳐다보면)

채희: 가끔 그렇잖아. 막연히... 그냥 느껴지잖아.

그 사람의 노력, 눈물, 말 한마디 그런데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

정우: 그런 느낌?

채희: 모르면 말고... 그럼 난 다시 뛰어야 해.

뛰지 않으면 단지 내가 멈춰 버린 것 같거든.

그럼 앞으로 이 길 지날 땐 앞 똑바로 보고 걸어.

니가 넘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 멀리서부터 널 향해 누군가가 달려 올테니까.

정우: 그래...

 

S#14. 정우의 방(밤)

 

정우 책상에 스탠드만 켠 채로 앉아 있다.

정우: 뭐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S#15. 교실(낮)

 

선생님 떡 하니 교탁위에 서있고 아이들 쥐 죽은 듯 조용히 자습한다.

선생님: 너희들 수능 이제 몇 달 안 남았다.

똑바로 들 하지 않으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거다.

정우: (벌떡 일어서며) 아니야 그건 아니야.

선생님: 야! 한정우 너 또 잤지?

정우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고 선생님 어이없다는 듯 붙잡지도 않는다.

 

S#16. (S#13에서의 길거리)

 

정우 앞을 똑바로 보고 걷는다.

<시간경과 상황을 O.L로 알 수 있게>

정우(N): 결국 오지 않았다. 아니 어쩜 안 올지도 모른다.

정우 길을 걸어가고 카메라 멈춘다.

카메라 도로를 향해 가면 피 묻은 필름 통이 도로에서 인도 쪽으로 굴러온다.

검은 화면에 하얀 자막 “그래 앞으로...”

 

-THE END-